(작품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감상 전에 작품의 내용을 알기 원하지 않는 분은 글을 읽지 말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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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타지인 줄 알았어? 유감! 미스테리였습니다!)
기억상실 및 기억조장을 둘러싼 판타지… 인 줄 알았더니 미스테리였던 작품. 사실 이쪽에서는 미스테리를 표방하면서 사실은 판타지인 작품(고식이라던가… 고식이라던가…)이 많기 때문에 꽤 좋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일러스트의 Tiv 선생님의 그림도 인상적입니다. 동글동글한 얼굴이 귀여워요. 작중 삽화도 매력적. 검색을 좀 해봤더니 한국인이신듯 합니다.
작품의 최대 매력은 판타지와 미스테리의 경계를 넘나들며 히로인에 따라 분위기가 휙휙 바뀌는 점입니다. 똑같은 상황인데 히로인에 따라 해석하는 방식이 다르고 그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를 갖는 것이 큰 포인트.
오컬트를 믿는 히로인 츠쿠요의 등장에서는 비현실적이고 환상적인 긴장이, 학생회장이자 여왕님인 히나타 선배의 등장에서는 리얼충 러브코메디의 냄새… 는 아니고 수라장이, 그리고 수수께끼의 조언자 후미코의 장면에서는 미스테리한 분위기가 납니다.
2:1의 삼각관계에서 가장 빛나는 것은 역시 히나타 선배. 아 매우 제 취향이네요. (…) 일단 선배라는 점이 하나, 여왕님-보통의 독선적이고 일방적인 지배관계가 아니라 살짝 뒤틀린, 하지만 강한 신뢰관계-라는 점이 둘, 그리고 주저하지 않는 적극적으로 어필하는 과감함이 셋. 아아 바로 히나타 선배 루트로 진행해주지 않으려나 (…)
히나타 선배에 비해 다소 밀리는 느낌이지만 이래뵈도 원래 히로인(이 될 예정)이었던 츠쿠요. 전형적인 “오빤 내가 왜 화났는지 몰라?” 스타일에다가 좋으면 좋다고 솔직하게 말하지 못하는 성격이라 여러가지로 손해보는 느낌입니다만, 여러가지 꿍꿍이가 많은 히나타 선배와는 달리 자나깨나 앉으나 서나 주인공 생각으로 고민하는 점이 매력 포인트죠. 정면 승부에서는 밀리지만 둘만의 시간에서 만회하는 느낌이 달 포지션에 잘 맞는 느낌입니다. (그리고 히나타 반대인 해 포지션.)
이질적인 조언자, 후미코. 사실 너무 겉돌면서 의미심장한 질문만 던지는 것이 작가 캐릭터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실제로 작가 후기를 보면 미스터리 러브로 가득하고. 마치 루프물에서 홀로 루프하지 않는 게임 마스터… 같은 느낌입니다. 사실 진짜 흑막은 이 캐릭터가 아닐까 싶을 정도.
흠흠. 작품의 핵심 소재인 기억조작도 1권에서 끝났고, 다음 권에서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펼칠지 궁금하네요. 전형적으로는 수라장 러브코메디가 펼쳐지게 마련입니다만, 이렇게도 미스테리에 집착하는 작가가 과연 어떻게 풀어낼지가 기대됩니다. 이번 권처럼 적절히 미스테리를 버무려서 풀어내줬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