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바이 미 도라에몽] 영상화의 반면교사

도라에몽은 어렸을 때 참 좋아했었던 만화인데요. 흑흑흑

처음이자 아마 마지막으로 쓰는 도라에몽 글이 까는 글이라니 참 슬프네요 ㅠㅠㅠ

하지만 이걸 도저히 좋다고 말할 수가 없네요.

 

[스탠바이 미 도라에몽]은 원작자 탄생 80주년 기념 작품인 듯한데, 그래서인지 몰라도 원작 내용을 그대로 영상화한 작품입니다. 진짜 각색 하나 없습니다. 아니 딱 하나 있는데 “목표 달성 프로그램” 이라고 도라에몽의 체재기간을 처음부터 한정하는 장치지요. 이거 말고는 원작의 글씨 하나까지 다 옮겨온 수준입니다.

문제는 도라에몽의 원작 그대로를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시대가 흘러버렸다는 점입니다. 이건 추억팔이가 아니라 추억파괴에요.

처음엔 참고 보다가 후반부에는 도저히 못 참겠어서 넘기면서 봤는데… 그 와중에 찍은 장면입니다. 진구의 결혼 전날밤 퉁퉁이네 집에서 파티하는 장면인데 퉁퉁이 동생(이름이 기억이 안 나네요.) 이 원고하는데 시끄럽다며 나타난 상황입니다.

캡처.PNG

물론 원작에 있는 내용이고, 그걸 충실히 영상화한 것이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이미지만으로도 위화감이 굉장합니다. 이미 펜의 시대는 지나간 때에 나온 작품에서, 미래의 이야기를 하는데 잉크로 그리는 만화가가 등장하는 모습이라…

당연히 이런 위화감은 사소한 풍경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등장인물이나 사상 등이 모두 원작 그대로, 20세기 말에서 멈춰있습니다. 제가 사랑했던 건 꿈과 희망을 그리던 도라에몽이었는데 이것은… 그것의 박제상입니다. 한 때 사랑했던 것의 박제상을 바라보는 느낌이 이렇게 비참한 것인 줄은 처음 알았습니다.

 

하하 참… [기계전사 109]에서 MX-16이 사이보그 셰어를 독립된 존재로 인정하지 못하고 죽은 아내의 박제로서밖에 인식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며 어리석다고 느꼈는데… 지금은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드네요.